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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으로 해석하기

by 느새디든 2025. 12. 5.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으로 본 악의 평범성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우리에게는 단순한 무대 위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이 작품은 “악은 평범하게 태어날 수 있다”는 하나 아렌트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근위병이라는 직업에 속한 개인의 선택과 도덕성을 조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연극이 악의 평범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인물과 대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분석해보며 현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을 살펴봅니다.

타지마할의 근위병: 설정 속 상징성과 현실성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타지마할이 건설된 후 세상에 공개되는 날 타지마할의 앞을 지키는 근위병 두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근위병들은 명령을 따르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 명령이 부도덕할 경우에도 그것을 이행하는가의 문제가 핵심입니다.

두 인물, 휴마윤과 바불은 모두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정의와 충성, 윤리와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휴마윤은 체제를 향한 충성을, 바불은 인간성 회복을 지향합니다. 이처럼 관객은 인물들을 통해 ‘악’이 괴물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 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무대 연출 또한 이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타지마할 앞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관객이 인물의 내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며, 조명의 강약과 음향, 그리고 무대의 전환 없이 진행되는 긴장감은 윤리적 딜레마를 더 깊이 체감하게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 권력구조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상황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저 연극 이상의 반향을 남깁니다.

연극 속 대사와 인물, 악을 드러내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대사입니다. 겉보기엔 일상적이고 단순한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는 인물의 갈등, 도덕적 망설임,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복종의 이면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자신은 그저 임무를 시행했을 뿐이라는 휴마윤의 대사는, 아렌트가 이야기한 ‘악의 평범성’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이 말은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변명이기도 했죠.

연극은 휴마윤과 바불의 대립을 통해 악이 탄생하는 구조를 해부합니다. 특히, 바불이 정의 주장하며 갈등을 겪는 장면에서는 관객도 함께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은 무대와 현실을 연결하는 고리로 작용합니다.

또한, 연출자는 대사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달하게 유도함으로써, 관객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합니다. 인위적인 감정 표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노출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하며, 인간 내면의 본질을 건드리는 효과를 줍니다. 이것은 “악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 선택의 연속”이라는 테마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악의 평범성: 관객에게 던지는 윤리적 질문

연극이 끝난 후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입니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회사, 조직,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이건 내 책임이 아니야’, ‘위에서 시켜서 한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합니다. 연극은 이 같은 태도가 바로 악의 탄생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이 작품은 관객 각자가 자신의 도덕성과 윤리 기준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명령과 도덕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는 극장 안에서의 사유를 넘어서, 실제 삶에서도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또한, 연극은 ‘타자화’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근위병들이 타지마할을 지은 이들의 손을 잘랐을 때 휴마윤의 모습에서 임무이기에 시행했을 뿐이라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는 변명을 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했을 때,이는 전쟁, 테러, 정치적 탄압 등 다양한 현대 사회 문제와 연결되며,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악이 얼마나 쉽게 일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단지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때로는 큰 악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 속에서 무비판적인 복종이 아닌,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도덕적 인간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인 만큼, 이번 연말, 꼭 한 번 감상해보기를 권합니다.